전주 웨딩박람회에서 상담 빠르게 끝내는 방법
전주 웨딩박람회를 처음 갔던 날, 나는 ‘정보 많이 얻어와야지’라는 욕심 하나만으로 들어갔다가 정작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발도, 머리도, 목소리도 다 탈진해 있었다. 각 부스마다 상담이 30분, 40분씩 길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내용을 듣고 있어도 머리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.
그래서 두 번째 박람회부터는 마음을 완전히 바꿨다. “길게 말고, 꼭 필요한 것만 빠르게 듣고 나오자.” 오늘 글은 그때부터 내가 나름대로 만든 ‘타임어택형 박람회 상담법’을 정리해둔 일기다.
1. 박람회 들어가기 전에, 질문부터 줄였다
예전에는 막연하게 “한 번 가서 다 물어봐야지”라고 생각했다. 근데 그렇게 하면, 현장에서 질문이 오히려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.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부스별로 질문을 딱 세 가지로 줄여서 들어갔다.
- 웨딩홀 부스에는 ① 식대·보증인원 ② 동선·주차 ③ 원하는 날짜 가능 여부
- 스드메 부스에는 ① 구성(스튜디오·드레스·메이크업) ② 원본·보정 ③ 추가비용 포인트
- 혼수·가전 부스에는 ① 실제 최종 금액 ② 배송·설치 ③ AS·보증기간
이 세 가지를 메모장 맨 위에 써놓고 들어가니까 상담이 옆으로 새지 않고, 내가 원하는 정보부터 바로 꺼낼 수 있었다.
2. 상담 시작하자마자 ‘오늘 스타일’을 밝혀버렸다
예전에는 담당자가 안내해주는 흐름대로 듣다가 시간을 많이 썼다면, 그 뒤로는 상담 시작 1분 안에 이렇게 말했다.
“저 오늘 시간 많이는 못 써서, 핵심만 빠르게 여쭤봐도 될까요?”
이 한마디를 하고 나면 설명이 자연스럽게 압축됐다. 형식적인 인사말이나 장황한 브랜드 소개는 줄고, 대부분 바로 조건·비용·날짜 같은 실제 정보로 넘어갔다.
또 하나 자주 썼던 문장은 이거였다.
“이미 인터넷으로 기본 정보는 보고 왔고요, 오늘은 다른 곳과 비교할 핵심만 알고 싶어요.”
이렇게 말해두면, 담당자도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 느끼는 것 같았다.
3. 견적서는 현장에서 다 읽지 않고, 구조만 체크했다
첫 박람회 때는 견적서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항목 하나하나를 다 읽어보려 했다. 당연히 상담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.
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전략을 바꿨다. “지금은 구조만, 세부 금액은 집에 가서.”
- 총액이 어느 정도인지.
-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무엇인지.
- ‘옵션’이라고 적힌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.
이 세 가지만 물어보고, 세부 내용은 나중에 집에서 차분히 읽기로 했다. 대신 이렇게는 꼭 확인하고 나왔다.
“오늘 들은 설명이 이 견적서에 그대로 반영돼 있나요?”
이 한마디로, 말과 종이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차이를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했다.
4. 동행자 역할을 미리 나눠서 들어갔다
혼자 다니면 모든 걸 혼자 듣고, 메모하고, 기억해야 한다. 그래서 두 번째부터는 웬만하면 한 명과 함께 다녔다. 그리고 박람회 들어가기 전에 아예 역할을 나눴다.
- 나는 질문 담당. 하고 싶은 질문, 애매했던 부분을 계속 꺼내는 역할.
- 동행자는 메모·녹음 담당. 핵심 숫자와 조건을 적거나, 양해를 구하고 녹음하는 역할.
이렇게 나눠서 들어가니까 상담 중에 메모하느라 정신이 분산되는 일이 줄었다. 한 명이 끊김 없이 질문을 이어가니까 상담 시간도 훨씬 짧게 끊어졌다.
5. ‘관심 없는 곳’은 미련 없이 패스했다
박람회장 안을 걷다 보면 모든 부스가 다 나를 부르는 것 같다. 사은품, 이벤트, 시식… 근데 그 모든 것에 응답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곳에서 쓸 에너지가 남지 않았다.
그래서 입장 전에 이렇게 정했다.
- 오늘 꼭 상담받을 곳 3곳.
- 시간이 남으면 들를 만한 곳 2~3곳.
- 나머지는 그냥 브로슈어만 받거나, 아예 스킵.
이 기준을 정해두고 나니 누가 말을 걸어도 마음속에서 정리가 빨랐다. “죄송하지만 오늘은 홀 위주로만 보고 있어서요.” 이 한마디를 연습해 두고, 정말 여러 번 써먹었다.
6. 상담을 빠르게 끝내는 대신, 정리는 천천히 했다
상담을 짧게 끝내는 건 좋았지만, 그대로 두면 내용이 금방 뒤섞였다.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, 각 부스 이름 옆에 한 줄씩 정리했다.
- “식대는 괜찮았는데, 동선이 복잡했던 곳.”
- “스드메 구성 좋은데, 원본 추가 비용이 큰 곳.”
- “플래너 설명이 제일 잘 들렸던 곳.”
이 한 줄 메모만 있어도 다음 날 다시 견적서를 볼 때 그날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떠올랐다. 상담을 빠르게 끝내고, 정리는 집에서 천천히 하는 방식이 결국 내 체력과 기억력에는 가장 잘 맞았다.
7. 그날 밤, 나에게 남겨둔 말
타임어택 모드로 박람회를 다녀온 날 밤, 나는 메모장 맨 아래에 이렇게 적었다.
- “상담을 오래 한다고 해서, 좋은 선택을 하게 되는 건 아니다.”
- “내가 알고 싶은 걸 정확히 알고 들어갈 때, 시간이 아껴진다.”
- “박람회에서의 목표는 ‘결정’이 아니라, ‘판단 재료 모으기’다.”
전주 웨딩박람회를 앞두고 “상담 받다 하루 다 보내면 어쩌지?” 하는 걱정이 든다면, 이 일기를 작은 체크리스트처럼 써도 좋을 것 같다. 꼭 필요한 것만, 빠르게, 그리고 내 페이스대로. 그게 결국 가장 나다운 결혼 준비라는 생각이 들었다.